1930년대 — 동전을 넣고 공을 굴리는 시대
핀볼의 직접적인 조상은 17세기 프랑스 왕족이 즐기던 ‘바가텔(Bagatelle)’이라는 테이블 게임입니다. 가운데에 핀(pin)이 박힌 경사진 보드 위로 공을 굴려 점수가 매겨진 구멍에 들어가게 하는 단순한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19세기 동안 영국·미국 가정의 응접실 오락으로 변형되어 내려왔습니다.
현대 핀볼의 시작은 1931년, 시카고의 발명가 데이비드 고틀립(David Gottlieb)이 만든 ‘백개먼(Baffle Ball)’이라는 동전 투입식 기계입니다. 페니 한 닢을 넣고 공을 7번 발사할 수 있었으며, 미국 대공황 시절에 폭발적으로 팔렸습니다. 이때까지의 핀볼은 플리퍼(flipper)가 없는, 공을 굴리고 손을 떼는 ‘운 게임’이었습니다.
1942년 — 뉴욕 시장이 핀볼을 부수다
핀볼이 큰 인기를 얻자 사회적 우려가 따라왔습니다. 미국 여러 도시는 핀볼을 ‘도박 기계’로 분류했고, 1942년 뉴욕 시장 피오렐로 라과디아(Fiorello La Guardia)는 핀볼 기계를 압수해 직접 망치로 부수는 쇼를 벌이기까지 했습니다. 이 ‘핀볼 금지 시대’는 무려 1976년까지 이어집니다.
1947년 — 플리퍼의 발명
핀볼의 모든 것을 바꾼 발명은 1947년 핀볼 제조사 고틀립이 출시한 ‘험피 덤피(Humpty Dumpty)’ 머신에 처음 도입된 플리퍼(flipper)입니다. 플레이어가 양쪽 버튼을 눌러 공을 위로 쳐 올릴 수 있게 되면서, 핀볼은 단순한 운 게임에서 기술과 반사 신경의 게임으로 진화했습니다.
1970~80년대 — 골든 에이지와 디지털 전환
1970년대는 ‘솔리드 스테이트(Solid State)’ 시대로 불립니다. 그동안 기계식 릴레이로 점수를 계산하던 핀볼이 트랜지스터·집적회로 기반으로 바뀌면서, 디지털 점수판, 사운드 효과, 다양한 모드(예: 멀티볼)를 갖추게 됐습니다. 1979년 ‘고리(Gorgar)’는 처음으로 음성 합성을 탑재한 핀볼이었고, 이후 ‘웍스(Williams)’와 ‘바리(Bally)’가 황금기를 만듭니다.
1980년대는 ‘백 투 더 퓨처’, ‘스타워즈’, ‘트와일라잇 존’ 같은 영화·TV 라이선스 핀볼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핀볼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영화 IP 머천다이징의 한 축이었습니다.
1990년대 — 비디오 게임에 밀린 시기
1990년대 후반, 가정용 비디오 게임 콘솔이 보편화되면서 동전 투입식 아케이드 산업 전체가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1999년 핀볼 거인 윌리엄스가 핀볼 사업에서 철수했고, 이는 ‘핀볼의 종말’이라고까지 평가됐습니다. 한때 미국에서만 수십 개였던 핀볼 제조사가 거의 모두 사라지고, 결국 ‘스턴 핀볼(Stern Pinball)’ 한 곳만 남게 됩니다.
2010년대~현재 — 디지털 부활
물리 핀볼이 사라지는 동안, 디지털 핀볼은 오히려 살아남았습니다. ‘핀볼 아케이드(The Pinball Arcade)’, ‘파이어볼 핀볼(Pinball FX)’ 같은 시뮬레이터가 콘솔과 PC, 모바일에서 인기를 얻었고, 매니아들 사이에서 ‘버추얼 핀볼 캐비닛’이라는 자작 핀볼 기계가 새로운 취미 영역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편 2010년대 중반부터는 물리 핀볼도 부활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유럽에서 ‘바케이드(Barcade, 바+아케이드)’라는 어른용 게임 펍이 유행하면서, 빈티지 핀볼이 힙스터 문화의 상징이 됐습니다. 스턴 핀볼 외에도 ‘체이어드 매그너스(Chicago Gaming)’, ‘저시 잭(Jersey Jack)’ 같은 신생 제조사가 등장해 새로운 핀볼을 출시 중입니다.
핀볼 룰렛이 잇는 100년의 흐름
본 사이트의 핀볼 룰렛은 이 100년 가까운 핀볼 역사의 가장 최근 진화입니다. 물리 엔진(matter.js)으로 실제 핀볼의 충돌·반발·중력을 시뮬레이션하면서도, 게임 플레이가 아닌 추첨이라는 새로운 목적으로 핀볼의 시각적·물리적 매력을 재해석했습니다. 1931년의 백개먼이 동전 투입식 운 게임이었다면, 핀볼 룰렛은 ‘무료로 누구나 즐기는 디지털 추첨 도구’라는 새로운 자리를 핀볼에게 부여한 셈입니다.
추억 속의 동네 오락실 한구석에서, 코인 한 닢에 5분의 짜릿함을 줬던 핀볼은 이제 디지털로 모습을 바꿔 우리의 컴퓨터·스마트폰 화면 위에 살아 있습니다. 100년의 무게를 지닌 이 작은 공을, 다음 추첨에서 한번 굴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