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튼 보드의 구조
갈튼 보드는 수직으로 세워진 보드 위에 핀이 정삼각형 격자로 배치되어 있고, 위에서 작은 공이 떨어지는 단순한 장치입니다. 공은 각 핀에 부딪힐 때마다 좌측 혹은 우측으로 50:50 확률로 굴러 떨어지고, 마지막에는 보드 아래쪽에 있는 여러 개의 칸 중 하나로 들어갑니다.
신기한 점은 공을 수백 개 떨어뜨리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칸은 정중앙에 있는 칸이고, 양 끝 칸일수록 공이 적게 들어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칸별 공의 개수를 막대그래프로 그려보면 종(bell) 모양이 됩니다. 통계학에서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라고 부르는 그 모양입니다.
왜 종 모양이 나올까? — 중심극한정리
갈튼 보드가 보여주는 것은 통계학의 핵심 정리 중 하나인 중심극한정리(Central Limit Theorem)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어떤 작은 무작위 사건이라도 충분히 많이 합쳐지면, 그 합은 정규분포에 가까워진다.
공이 한 핀을 만날 때 좌우 50:50으로 굴러가는 것은 매우 단순한 무작위 사건입니다. 하지만 N단의 핀을 모두 통과하면 결과적으로 ‘좌측으로 N번 중 K번 굴러간 공’이라는 합이 만들어지고, K가 정확히 N/2일 가능성이 가장 높고 양 극단으로 갈수록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이 분포가 핀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정규분포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것이 중심극한정리입니다.
프랜시스 갈튼은 누구인가?
프랜시스 갈튼(Francis Galton, 1822~1911)은 찰스 다윈의 사촌이며, 통계학·기상학·심리측정학 등 여러 분야의 토대를 만든 영국의 박학자입니다. 그는 ‘평균(regression to the mean, 평균 회귀)’ 개념을 정립했고, ‘상관관계(correlation)’라는 통계 개념을 만들었으며, 지문(指紋)을 분류하는 체계도 정립했습니다. 갈튼 보드는 1873년 그가 통계 수업에서 정규분포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시연 도구입니다.
핀볼 룰렛 0번 맵 — 갈튼 보드의 디지털 재현
핀볼 룰렛의 첫 번째 맵, 갈튼 보드 맵은 이 1873년의 장치를 그대로 디지털로 재현한 것입니다. 화면 위쪽에서 공을 떨어뜨리면 정삼각형 격자로 배치된 핀들 사이를 좌우로 튕기며 내려옵니다. 공의 초기 위치, 미세한 떨어뜨리는 각도, 공 사이의 충돌이 결과를 무작위적으로 만듭니다.
흥미로운 점은 공을 충분히 많이 떨어뜨리면, 핀볼 룰렛 0번 맵에서도 결과가 종 모양 분포로 수렴한다는 사실입니다. 즉, 가운데 출구로 들어가는 공이 가장 많고, 양 끝 출구로 들어가는 공은 적습니다. 1873년 갈튼이 손으로 만든 장치를, 21세기에 캔버스 위에서 재현해도 통계의 법칙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추첨 결과는 공정한가?
갈튼 보드는 ‘각 위치의 공의 개수가 다르다’는 점에서 균등 확률(uniform distribution)이 아닙니다. 즉, 0번 맵에서 가운데 출구로 들어가는 확률이 양 끝 출구보다 훨씬 높습니다. 만약 추첨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같은 위치에서 공을 떨어뜨린다면, 결과는 어떤 사람이 어디로 떨어뜨렸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래서 핀볼 룰렛에서는 모든 참가자에게 동일하게 무작위 시작 위치를 부여합니다. 같은 통계 시스템을 같은 조건에서 통과한 결과는, 비록 균등 확률은 아니지만 모든 참가자에게 ‘동일한 통계적 환경’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공정합니다.
갈튼 보드는 단순한 추첨 도구가 아니라, 통계학이라는 학문이 인간의 직관 너머에서 어떻게 자연의 질서를 발견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우주입니다. 다음에 핀볼 룰렛 0번 맵을 플레이할 때는, 떨어지는 공 하나하나가 1873년 갈튼의 통계 수업 시연을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